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중국, 일본은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제도적인 경제통합은 없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성장 전략이 비슷하여 무역 및 투자 확대를 통한 기능적인 경제통합이 심화되어 왔다. 2008년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2.1%로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의 3.4%에 비해 7배가 증가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총 수입액 중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2년의 4.5%에서 2008년에는 17.7%로 증가하였다. 특히 2007년에는 총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본과 역전되면서 중국은 우리나라 제1의 수입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향후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역량 급증에 따른 효율적인 여객 및 화물 운송시스템 구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여 경기도에서는 2008년 초부터 한중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해저터널은 기존의 육상, 해상 및 항공 교통수단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저에 터널을 건설하여 자동차 또는 기차가 대륙간 또는 국가간, 육지와 섬을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시설이다. 한·중간의 해저터널은 철도뿐만 아니라 자동차 이용객을 위하여 차량터널로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노선 연장이 373㎞로 길고 배기가스 처리 등의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철도전용 터널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한국과 최단거리에 위치한 중국 산둥성의 웨이하이와 연결되는 해저터널의 우리나라 출발지점은 인천, 화성, 평택·당진 외에도 북한의 황해도 용연 등 4개 대안이 검토 가능한데, 향후 대안비교를 통해 최적노선을 선정한 후 중국과의 협의를 거쳐 노선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는다는 것에 대해 일반인들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터널을 뚫는 방법은 그동안 상당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해저터널 건설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중 해저터널 건설에 소요되는 공사비는 교량구간, 터널구간의 연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략 11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를 토대로 여객 및 화물에 대한 수요추정을 통해 사업 타당성을 분석할 때, 요금수입만을 갖고 막대한 공사비를 회수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경제적 요인 및 경제외적인 요인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분석을 실시하여 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16일 지역발전위원회에서는 초광역개발권 구상에 대한 중간보고회에서 해저터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경기도에서 요청하여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검토 중인 ‘동북아 경제공동체 대비를 위한 한중 해저터널 기초연구’가 내년 4월에 완료되는데, 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께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1월 경기도에서 한중 해저터널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꿈꾸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해저터널 구상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3대 초고층빌딩인 버즈 두바이, 타이베이 101,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모두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한 건물이다. 해저터널도 초고층 건물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어야 건설할 수 있는 시설이다. 따라서 한중 해저터널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필요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핵심기술의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2025년에는 고속열차를 타고 중국에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