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쌀 박사 ‘쿠쉬’의 선물

이규성 농진청 기획조정관실·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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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을 굶으면 선비도 담을 넘는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성인 공자가 그의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사성어이지만, 식량문제는 G8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정도로 기후변화와 더불어 세계적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세계 곡물가격의 급등은 단순 식량을 넘어 국가차원의 식량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971년 ‘통일벼’를 개발하여 ‘보릿고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발전을 통해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었다. ‘통일벼 개발’은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농촌진흥청 등 국내 연구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지만, 국제쌀연구소(IRRI)의 국제적 지원과 도움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세계 ‘벼 품종육성의 대부’라 불리는 거뎁 쿠쉬 박사가 농촌진흥청을 방문해 후학들에게 특강을 했다. 쿠쉬 박사는 국제쌀연구소(IRRI)에서 35년간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통일 벼’ 육성에도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벼 재배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IR36’, ‘IR64’ 등 300여개의 품종을 개발·보급하여 세계 쌀 생산성 증대에 공헌한 벼 육종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 자리에서 쿠쉬 박사는 지금 한국은 쌀이 남아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새로운 돌발 병해충 및 홍수, 가뭄 등 재해에 강한 품종개발 및 관련연구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세계 식량위기 상황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으며, 특히 한국인이 먹고 있는 자포니카(일반미) 쌀 생산량은 전 세계적으로 한정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무에게나 받기 힘든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바쁘게 살아간다는 이유로 지나간 과거를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러나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더러 있다. 우리국민이 가졌던 배고픔의 고통이 그것이다. 내적으로는 식량의 무기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고, 외적으로는 G8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했던 경험과 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해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며, 그 중심에 농촌진흥청이 앞장서야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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