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지은 집들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불과 1990년 대에 지은 집만 해도 비가 오는 날에는 흔히 두꺼비집이라 불리는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이것이 누수로 인해 감전 위험이 있거나 과하게 전력이 사용되어 화재의 위험이 있을 때 저절로 전기를 차단하여 사고 발생을 예방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기가 차단되면 종종 곤란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두꺼비집에 대한 사람들의 원망은 너무나 가볍고 순간에 불과했다. 비가 좀 잦아든다 싶을 때쯤 두꺼비집을 열고 스위치를 올리면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전기가 들어왔고 사람들은 다시 한가로운 저녁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꺼비집을 다시 올리기 전까지의 촛불빛은 온가족이 느낄 수 있는 뜻하지 않았던 로맨스였다. 두꺼비집은 사고로부터 사람을 구함과 동시에 잠시나마 고요한 쉼터를 제공해주는 멋진 기능을 갖고 있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이 21% 상류층의 요금을 깎아주고, 나머지 79%의 중산층, 하위층 및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기를 월 100㎾h 이하로 사용하는 최저 구간에 적용되는 요금은 원가의 49% 수준인데, 최저구간의 경우에 원가의 100%를 그대로 다 받고, 거기에 전체 전기 사용 가구의 79%에 이르는 월 300㎾h(전기요금 3만9천960원) 이하를 쓰는 가구의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산업용과 농업용 전기요금도 인상하려고 한단다.
얼마 전에는 전기요금 연체로 단전된 후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질식사 한 장애인과 여중생이 있었다. 지금의 전기요금체계에서도 힘들어하는 저소득층의 고통은 생각도 하지 않는 처사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전기요금에는 쓰면 쓸수록 돈을 더 많이 내는 누진세가 적용되어 있다. 누가 더 전기를 많이 쓰겠나?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여중생의 집인가, 감시카메라에 보안시스템까지 달려있는 회장님들의 집인가.
제발 두꺼비집만 같아라. 현대사회에서 공기, 물, 불 다음으로 전기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전기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원시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전기를 마음껏 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부디 전기가 없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두꺼비집처럼 사람을 보호해주며 잠시의 고요한 쉼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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