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라고?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어느 곳에서든 날카롭게 각이 진 두 세력 사이의 대립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있고, 누군가는 불안해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화해나 위장된 화해는 위험하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어떤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은폐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결국 이러한 미봉은 병을 키우게 되고 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 현장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둘러싼 가치관의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희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장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정권과 관료 조직, 교사(주로 재단의 형태를 띠고 있는), 종교 집단, 기업, 서로 다른 민간 조직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거기에 다시 세대와 세대 사이의 갈등, 농촌과 도시 사이의 갈등, 계층 간 갈등 역시 교육 정책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그 대립이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지난 해와 올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교육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싸움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김상곤 교육감의 대표적 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였던 농어촌, 군 단위 지역, 도시지역의 300명 이하 초등학교 대상 무료 급식 예산의 50%와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난 여론의 핵심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해 아이들의 급식 관련 예산을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데에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위원들은 문제의 원인을 언론의 편파 보도 탓으로 돌리거나 예의 전교조 배후론을 들먹이며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려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거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주장하며, 요즘 굶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는 황당한 주장을 근거로 내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도내 학생들 중 8천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 학교 급식 지원 신청자 가운데 3만 5천 여 명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급식 신청에서 탈락한 바 있다는 사실을 설마 교육위원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반감에서 비롯된 결정이 아니라는 주장에 신뢰가 가지 않을 뿐더러, 더군다나 그 근거로 내세운 ‘요즘 굶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는 낯뜨거운 항변에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결정을 주도한 교육위원들이 김상곤 교육감의 정치적 반대자들이라는 사실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그 반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싸우는가 하는 데에 있다. 교육이라는 문제를 둘러싼 세력 간 갈등이 불가피함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논쟁하는 것과 교육적 가치와 관련된 결정에 정치적 파벌 논리를 앞세우는 행위는 최소한 구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그 금도를 넘고 나면 필연적으로 오버를 하게 마련인데, 그렇게 오버를 연발한다면 열받은 학부모들의 오해(?)를 풀기는커녕 화만 키우기가 십상이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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