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학이 서울에는 3개가 있지만 서울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경기도에는 하나도 없다. 그나마 경기도 유일의 3차병원인 아주대학병원에서 전문치과진료센터를 15년째 지속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반면 수도권 인구의 4분의 1인 호남권에는 치과대학이 전남대, 조선대, 전북대, 원광대 등 4개나 된다. 수도권에서는 고작 3개의 치과대학이 2천만 명이 넘는 인구의 구강건강을 담당하려니 무리가 따른다.
경기도 주민은 정부로부터 학대와 유린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알아보니 그 원인은 다름아닌 ‘국토균형발전’ 때문이란다.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인데, 과연 이것이 균형발전에 부합하는 지 따지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어 괴롭히고 못살게 굴면 이들이 지방으로 분산될 것이라 생각한다. 첨단산업도 성공과는 관계없이 지방에 유치를 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큰 도시가 형성될 것이라며 밀어붙인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우리의 발전을 시기하는 적국(敵國)에서나 반기고 좋아할 일일뿐 대한민국의 장래에는 독(毒)이다.
잘사는 선진국도 모든 국토가 고르게 발전되어 있지는 않다. 국가의 경쟁력은 균형 발전된 국토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세계도시를 보유했느냐에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물류, 금융, 의료, 교육 등의 중심기능을 갖춘 ‘메가 도시’를 추진하며 도시권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도시를 애써 깨부수려 하니 진짜로 안타까운 일이다.
경기도민의 환자들의 고충을 들어보자. 턱 뼈를 손봐야 하거나, 누워있는 사랑니로 수술적 발치를 요하는 환자들은 경기도에서 갈 곳이 없다. 위험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치과질환으로 아주대병원을 가면 심지어 6개월 이상을 기다리라고 한다. 그렇다고 인구에 비해 대학병원이 여유 있는 호남으로 내려갈 수도 없다. 장애가 있는 도민들은 더욱 그 고생이 심하다, 신체장애만 있을 경우에는 좀 낫다. 하지만 정신지체가 있는 경우 치료에 협조가 되지 않아 전국을 헤매야 한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고생을 살피면 죄스럽기 그지없다. 경기도 주민도 균형발전 혜택을 누려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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