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한우인 흑우에 관심을 갖자

라승룡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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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우리의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데에 필수적인 노동력이었다.

또한 소는 농사짓는 일, 식용이외에도 사람이 타고 다니는 승용, 물건을 운반하는 수단, 제사의 제수용, 우황 등의 약재, 소 뿔과 힘줄로 활촉과 활줄을 만들어 무기로 사용하고, 소가죽을 이용한 의복, 결혼 예물, 임금의 하사품, 배설물은 농토를 기름지게 하고, 또한 아이들의 결혼 비용이나 학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소득의 원천이 되는 등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길러져 왔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신편우의방에는 소의 털 색깔에 따라 황우, 흑우, 백우, 청우, 리우(얼룩소), 록반자 등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특히 중종 11년에는 제사용 흑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목장을 설치하는 것이 논의된 일이 있을 정도로 흑소가 중요한 품종의 하나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우 중에서 칡소가 400여두, 흑우가 100여두, 제주흑우가 400여두에 지나지 않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하는 멸실 위험 품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토종가축의 희소성으로 일부 농가에서 칡소와 흑우에 대하여 의지를 가지고 수집하고 증식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목표 없이 무조건적인 증식은 예산의 낭비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우가 현재와 같이 빨리 자라고 맛있는 쇠고기를 생산하는 품종으로 되기까지는 오랜 기간동안 개량을 해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우 중에서도 흑우에 관심을 갖고 증식하여 개량하면 FTA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농가 소득 창출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왕실의 제사에는 필히 검은 소를 사용했으며, 사람의 병을 고치는데에도 검은 소의 골수나 오줌이 유용하게 이용되었다는 자료에서도 보여지듯이 검정 소의 맛과 유용가치는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웰빙식품으로 블랙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쇠고기 중에서도 검은 소인 앵거스나 일본 흑모 화우의 고기가 어욱 맛이 좋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도 수정란이식 기술을 이용하여 흑우를 증식하고 유전자분석을 통해 계통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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