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고철기 나노소자특화팹센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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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가히 전 세계적이고, 한국은 유독 그 현상이 심각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97년 IMF 사태 이후 기업 등에서 연구개발 분야가 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을 본 학습 효과와 일반적으로 과학 및 공학 공부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등 이공계 대학원은 아무리 명문이라도 많은 외국계 학생들이 있고, 졸업 후 현지 사회에 흡수되어 첨단기술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와있고 상대적으로 외국인과의 교류가 적어 이공계 기피의 빈자리를 외국계 두뇌로 채우기 힘들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이나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이언스 과학 버스(이동식 과학전시 버스)’를 이용해 초·중·고생들에게 기초과학의 실험과 응용을 체험하게 함으로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외지의 학교들을 찾아가 체험하게 한다면 그들에게는 과학을 새롭게 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의 유휴 장비를 활용해 간단한 실험용 전시 팹을 구성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소/지방자치단체 등이 연계된 과학전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자라나는 세대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이공계 졸업자들도 연구원,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정부 내 과학기술 전문가나 과학기술과 법학 및 의학이 융합되는 분야 등 경력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정책입안자들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감수자(risk-taker)가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가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 기술 개발보다는 기술력 강한 중소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단기적 대책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만사가 그렇듯이,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고, 고급과학기술인력이 배출되지 않을 때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정책입안 시 교육계, 산업계를 망라한 국내 전체 과학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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