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희망이다

이상명 수원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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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22년 전 6월에는 ‘독재타도, 민주쟁취!’, ‘호헌철폐, 직선제 쟁취’의 열망을 가졌던 수많은 학생과 청년, 노동자 그리고 넥타이를 맨 시민들이 각자가 가진 소망을 하나로 모았던 광장이 열렸다. 이후 한국 사회는 다양한 모순을 지혜를 모아 세계와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제도와 환경을 가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결집된 힘과 소망은 적어도 국가 권력이 사람을 물고문으로 죽게 하거나,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로부터 단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경제적으로 어려워 혹은 사회로부터의 소외를 감당할 수 없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GNP는 올랐지만 중소 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개선되지 않았고, 쌀을 빼고 나면 외국 농산물에 의존된 밥상을 마주하게 된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빨리빨리’와 ‘성장률 숫자’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개발과정에서 경제성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파괴된 환경을 회복시키고 고에너지 사용 혹은 낭비적인 생활방식과 산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누가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를 넘어 세계 시민이 한 마을에 살아가는 지금, 지구촌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또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마을에서 시작해야 한다. 각자 숨을 쉬고 살아가는 마을이 희망이다. 마을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함께 마을의 문제뿐 아니라 지구의 아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러한 마을들의 경험은 우리 사회를 비옥하게 만들어갈 토양이 될 것이다. 민·관·기업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미래를 가꿔나가야 한다. 경제적 가난과 사회적 소외를 줄여나가는데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공무원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역사회에 희망을 줬던 그 경험과 지혜는 지구촌의 또 다른 지역사회와 만날 이유가 될 것이다. 에너지와 먹을거리 나아가 삶의 지혜를 제공해 준 세계 시민들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를넘어, 함께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피우도록 물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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