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 마음이 성을 이루고, 백성들 입은 쇠를 녹인다’ <국어(國語)> 고 했다. 여론의 중요성을 비유한 말이다. 18세기 초 홍세태(洪世泰, 1653~1725)는 도성의 방비책을 촉구하는 상소문에서, 이 구절을 인용해 말했다. “무릇 성을 지키는 어려움이란 성이 높지 않거나, 해자가 깊지 않거나, 무기가 날카롭지 않은 것을 이름이 아닙니다. 오직 인심을 얻지 못할까를 근심할 뿐입니다. 옛 글에, 뭇 사람들의 마음이 성을 이룬다(衆心成城)고 했었습니다. 돌로 쌓은 성이 성이 아니라, 백성들이 곧 성인 셈입니다. 백성들로 성을 삼는다면 어떤 도적인들 막지 못하며, 어떤 외적인들 물리치지 못하겠습니까?”
오기(吳起)는 전국시대 위(魏) 나라의 장수였다. 하루는 그가 서하(西河)의 배 위에서 무후(武侯)를 모시고 있었다. 배가 중류로 흘러가자 무후가 사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좋구나, 산하의 험고함이여, 이야말로 위나라의 보배로다!” 오기가 대답했다. “나라의 안위는 군주의 덕에 달린 것이지 산하의 험고함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임금께서 덕을 닦지 않는다면, 이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적국이 될 것입니다.” 오기는 무후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싹트고 있는 나태한 마음을 경계한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군주의 덕망이다.
예로부터 많은 지도자들이 높고 튼튼한 성벽으로 외적을 막으려 했는데, 이것으로 끝까지 나라를 보전하지는 못했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벽돌이 다 굳기도 전에 내정 분란으로 망했다. 산성의 나라 고구려는 200여 년 동북아시아의 패자였지만 결국 내부 분열로 인해 사직이 무너졌다. 명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성을 쌓았지만, 1644년 청나라 군대에게 산해관(山海關) 문을 연 것은 자국의 수비대장이었다. 모두 민심은 외면한 채 높고 튼튼한 성을 쌓았다가 안으로부터 무너진 역사의 사례들이다.
외적도 성벽으로 막지 못할진대, 하물며 자기 백성들의 마음을 성벽으로 막는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사안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술렁이는 6월이다.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 마음 외에 다른 것으로 성을 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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