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교육이 필요할 때

배기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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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에서 사설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조례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사교육비절감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사설교육을 억제한다고 해서 공교육이 정상화될 리 없다. 양질의 교육제품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약간의 차이라도 있으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교육의 효험을 알고 만족하였기에 계속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이러한 기회를 빼앗는 것은 자유주의 시장논리와 배치될뿐만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려하는 인간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허리가 휠 정도로 돈을 쏟아 부었고, 그 과정에서 돈을 마련하느라 온갖 수모도 겪는다.

그렇다면 지금도 진행형인 사교육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공교육 효율을 높일 방도는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옛날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무한경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공교육의 효율화를 위해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저효율학교와 교사는 폐하겠다는 정책을 천명했다. 인적자원만이라도 경쟁력 있게 키워야 장래가 보장되는 한국에서 더욱 절실한 일이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의 능력향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능력향상보다는 좋은 점수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쟁에 나설 인재양성이 아니라 평가제도를 비집고 명문대까지만 가자는 것이 한국교육의 고질(痼疾)이다.

변별력이 있는 어려운 문제로써 학생평가를 하게 되면, 일찌감치 학습능력의 서열이 드러난다. 자연히 고유 소질을 모르고 공부로 허세월하는 일은 없어지게 된다. 사교육으로는 둔재를 천재로 만들 방법도 없고, 억지점수를 내지도 못한다는 것을 곧 알게 되기 때문이다. 참교육은 교사에게서 비롯되지만, 제일 큰 것은 교육 환경이다. 우수한 학생끼리 같이 모여서 자극하고 격려하며 생기는 시너지가 교육의 원동력이다.

건강을 걱정하기보다는, 나라의 장래를 우선 걱정해야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한경쟁교육과 평가를 도입한다면, 돈 들여 공부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아이가 곧 드러난다. 이들이 한국의 장래를 책임지도록 해야 현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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