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산업 활성화를 위해

라승룡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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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은 인류 역사와 성쇠를 함께 해왔다. 조선시대에는 병조에서 국가 말 생산을 직접 담당했고, 제주에 국영목장 10곳을 세워 말 생산기지로 삼았다. 세종 7년에는 금살도감을 설치하여 말 도축을 금지하고 말고기 먹은 자를 엄하게 처벌하였다. 당시 말은 곧 국력이었기 때문에 말 생산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군용, 농사용, 운반용으로써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말 두수는 급감해 1960년도 2만8천두에서 1980년도에는 3천894두로 감소했다. 1990년도 한국마사회가 제주경마장을 설치하면서부터 말 사육두수는 다시 급증해 2008년도에는 2만4천951두가 사육되고 있다. 규모면에서 말 산업은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경마산업이 98%를 차지하고 기타 승마 및 말고기 산업은 2%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성장한 것은 경마산업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말’하면 ‘경마’만을 떠올린다. 말을 접촉할 기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승마는 귀족 스포츠로, 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인식돼 기반조성이 부족했다. 실제로 전국에 있는 승마장은 약 200여개소이며 그 중 등록된 것은 40여개소에 불과하다.

말 산업 선진국에서는 경마산업과 승마산업이 1:1로 동반성장을 한다고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수많은 말 품종을 소유하고 있어 생활승마, 재활승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말 산업으로 인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은 당연한 일이다.

일부 승마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승마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생활승마 활성화, 승마 교관 양성, 승마장 설치를 위한 제도 뒷받침, 우리 환경에 적합한 승용마 육성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2012년까지 2천700억원을 투입하는 말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승마장 건설과 전문인력 양성, 승용마 생산과 공급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제주마를 활용한 한국형 승용마 육성에 나섰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가 대중화된다고 한다. 현재 골프의 문턱이 예전에 비해 낮아져 어느 동네를 가든 골프연습장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몇 년 뒤엔 승마가 생활 스포츠가 될 수 있단 이야기다. 우리 손으로 육성하고 조련된 말들이 아름다운 우리 강산에 뛰노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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