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앞에서 정치권력 눈치보지 말아야”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기자페이지

부끄럽게도 노무현씨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로 조만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대통령 자신이 직접 뇌물을 챙겨 법의 심판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의 경우도 있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측근, 친인척, 자식까지 포함하면 돈에 관련한 비리로부터 자유로웠던 전직 대통령이 단 명도 없었던 한국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새삼 그것이 뉴스거리인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씨 스스로가 그런 검은 돈의 정치를 청산하고 그 누구보다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임을 재임 내내 부르짖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놓고 더욱 말도 많고 탈도 많은가 보다.

그런데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솔직함, 정직함, 때로는 과도할 정도의 직설적 언변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가까워야 할 직계 가족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지 ‘몰랐다’로 말 하는 것은 속된 말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가세가 어려워 안식구가 갚아야 할 빚이 있었고, 그 안식구가 빚을 갚기 위해 지인에게 손을 벌린 것도 몰랐고 젊은 아들이 아버지의 위세를 이용해 5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지인에게 요청해서 받아낸 사실도 몰랐고, 오랜 친구이자 최 측근 중의 하나였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3억 원을 개인적으로 받았고, 12억이 넘는 청와대 공금을 횡령한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재임 중에는 몰랐고 나중에 알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에게 적용될 벌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 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렵게 15억이 넘는 돈을 몰래 축적해 놓고 이상하게도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정상문 전 비서관이 구속 수감된 것처럼, 안식구도 아들도 그런 처지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라는 바 인지 의심스럽다.

또 하나 정말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정론이다. 즉 수천억씩 해 먹은 다른 대통령에 비하면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된 이번 사건은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위 말하는 ‘생계형 범죄’이므로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비리의 규모가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되니 역시 ‘노빠답다’라는 어느 지지자의 궤변에 가까운 동정론은 이 한국판 5년 주기 희극적 비극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삶의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생계형 범죄 중 형평의 원칙에서 600만불 이하의 비리는 전부 봐준다면, 나도 이 말도 되지 않는 동정론에 한 표 던질까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몇 주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준 자세로 보아, 그가 과거에 보여줬던 호방한 직설적 언변과 솔직함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만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과 법원이 판단을 내릴 것이지만, 그것이 불구속 기소가 될지 구속한 상태에서 기소할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더 이상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검찰은 검찰대로 법원은 법원대로 제 직분을 제대로만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는 한국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세운다는 목표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이제 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하나라고 알려진 천신일 회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니, 차제에 살아있는 권력도 만일 문제가 있다면 법의 엄격한 적용이 가능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승집 개가 죽었다고 개떼처럼 몰려가는 모습을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