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이상원 농협 이천시 지부장
기자페이지

지역농협 구역 확대와 중앙회장 간선제를 골자로한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개정된 농협법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과 신·경분리안을 연말까지 확정해 농협을 새로운 지배구조와 운영의 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경분리는 농협의 대표적인 사업인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나누어 각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신·경분리는 사람의 신경을 다루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남은 기간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농협의 주인이요, 농협법 개정과 신·경분리의 수혜자인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을 온전히 받아 들여 반영해야 할 것이다.

신·경분리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고 하겠으나 축협의 분리와 합병이라는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1981년 농협법 개정으로 축협중앙회가 설립되고 농협에서 취급하던 축산업무가 축협중앙회로 넘어갔다. 분리후 20년 만인 2000년 축협을 다시 농협에 합병시켰다. 농민 조합원들의 실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분리나 합병을 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마다 정작 주인인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은 별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세기 서구의 자본력이 약한 노동자들이 탄생시킨 협동조합은 스스로의 힘을 모아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자생적·자주적·자조적 운동체였다.

농협법 제1조에 명시된 목적에도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 한다’라고 농협이 자주적인 단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농민들도 정부나 국회의 처분만을 기다리지 말고 주인으로서 의견을 피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 맞춰 분리했다가 10년 후 아니 5년 후에 다시 합쳐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농협과 농민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만 후회가 없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