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란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너나없이 바쁜 요즘 세상에선 부모의 짧은 병수발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마디 더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뇌출혈로 쓰러져, 여러 병원에서 회복불능의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배설물은 물론 욕창이 나지 않도록 정성스레 목욕시키고 식사와 치료 모든 간호를 12년째 하고 있는 아들이 있다. 바로 책 ‘엄마는 소풍 중’의 저자 황교진이다. 그는 28세의 나이에, 진학한 대학원을 포기하고 꿈을 접고 젊음의 화려한 날들을 뒤로한 채, 그로부터 12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의 대답 없는 어머니와 자신과 주변의 모든 대소사를 쉼 없이 이야기 나누면서 어머니를 돌봐왔다. 이제 그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고, 그의 완벽한 간호를 받아온 어머니는 모든 장기나 모습에 손상 없이 그의 말대로 여전히 ‘소풍 중’이지만 건강하고 깨끗하게 몸을 보존하고 있다.
젊은 아들이 어머니의 엄마가 되어 하루해가 짧게 어머니의 모든 것을 돌보는 모습에서 누구나 경이로울 정도로 대견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쪽으론 저 젊은이의 인생은 그러면 무엇인가, 너무 자신의 앞날에 무심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 또한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어머니를 돌보며 쓴 글을 책으로 내어 작가된 일, 그의 글을 보고 어머니를 같이 간호하자며 만나게 된 지금의 아내와의 결혼, 그리고 낳은 아들, 대기업에 취업했던 일, 또 앞으로 어머니를 간호한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계획 등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비전이 결코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었다고.
어머니를 돌보느라 아무 것도 할 수도 이룰 수도 없을 것 같았던 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가정을 갖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부모님을 향한 깊은 사랑으로 부모님의 어려움을 돌봐드리는 자식의 정성을 하늘도 결코 외면치 않고 더 좋은 것으로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긴 병은 제쳐두고라도 부모님께 문안하며 살펴드리는 일조차 어쩔 수 없이 하기 힘들고 바쁜 복잡한 세상이 되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요즘 세태에, 어버이날을 맞아 한 젊은이에게서 얻은 감동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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