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으로서 학년 초 인사가 아주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업무나 학급담임을 배정해도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 일부지역에서는 교무, 연구 등 업무부장 배정도 어려워 학교장이 통사정해서 배정하고,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 담임을, 중·고등학교는 아예 전 학년에 걸쳐 담임배정 때문에 학년 초 인사가 힘들다고 한다. 담임을 기피하기 위해 진단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여직원은 임신까지 얘기한다고 한다. 따라서 담임은 경험이 전무하고 학교나 학생, 지역사회 풍토를 전혀 알지 못하는 신규 교사나 당해년도 전입교사, 심지어 기간제 교사의 몫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지경까지 왔나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대개 한두 자녀를 기르다 보니 지나친 자녀사랑으로 인해 부모의 말도 함부로 여기는 학생이 있는데 선생님의 훈계 정도는 오죽하겠는가? 학교에서 학원숙제를 해도, 공부시간에 잠을 자도 혼내기가 두렵고, 기초학력이 부진해 방과 후에 남겨놓고 지도해도, 심지어는 다른 친구에게 폭력을 가해 선도차원에서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체벌은 물론이고 말만 잘 못해도 학부모가 당장 학교에 와서 따지고 담임에게 폭력까지 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부모에게서 배운 학생도 훈계하는 선생님에게 대들고, 욕설은 물론 폭력까지 행사하는 사례가 있으니 누가 그 어려운 담임을 맡겠다고 자청하겠는가.
물론 선생님 자신의 문제도 있기에 깊이 반성해 볼 일이지만 학부모나 사회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다. 담임수당 몇 푼으로, 책임과 의무만을 강조해 ‘강등’ 등의 징계양정 강화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움추러 들게 하고 공교육을 망치는 일이다. 이 세상에 자녀 잘못 되기를 바라는 부모나 제자 잘못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은 한 사람도 없다. 학급인원 감소, 수업시간 수 최소화, 업무경감 등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은 단순히 지식을 파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선생님을 진정으로 믿어주는 사회, 칭찬과 격려, 존경해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 풍토가 조성될 때 학생지도에 더욱 최선을 다할 학급 담임도 자청해 나설 것이고, 그런 선생님이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해 지도한 학생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이끌 바람직한 글로벌 인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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