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천하대본이라는 말은 결코 묵은 문자가 아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진리이다. 사람이 먹고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 주옥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으니만큼 농민은 세상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다른 어느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농촌부흥운동을 했던 윤봉길 의사가 지은 농민독본의 한 구절이다. 윤 의사는 당시 19세로 약관의 나이였지만, 80여년이 지난 오늘날 비교우위론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을 미리 내다 보고 걱정하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오늘날 만약 우리의 생명창고 열쇠가 중국이나 미국의 농민에게 넘어 간다면, 그들이 쌀 한 가마에 100만원을 내라고 해도 사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교우위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상대적 열세인 농업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집중 투자해 그 제품을 수출하고 식량을 비롯한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논리로만 판단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농업은 무역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 공익적인 기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으로 보고 크게 식량안보, 환경보존, 사회문화보전, 경제, 식품안전성기능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회원들이 확보해야 할 공동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협정 서문 및 제20조에서도 농산물 무역자유화 협상 과정에서 식량안보, 환경보존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진국중 농업강국이 아닌 나라는 없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의 발전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생명창고인 농업과 그 주인인 농민에게 더욱 힘을 실어 줘야 한다. 5천년 역사의 자존심인 생명창고는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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