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편의 조례에 관해

이상명 수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기자페이지

한국은 좀처럼 거리에서 장애인들을 보기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 이동하기에는 불편함을 넘어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들과 시민사회는 ‘경기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 조례’를 제정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해왔다. 결국 장애인단체들이 반대하며 수정을 요구해온 조례안은 지난 3일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

2001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일어난 장애인 사망사건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단체들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마침내 2007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고 각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고 있다. 이 법에는 장애인 등의 이동권을 분명한 권리로 명시하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의 수립,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이동지원센터 설치, 지하철 역사에 이동편의시설로 휠체어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를 규정하였다.

경기도의회가 발의한 조례의 내용을 보면 장애인들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조례 제정의 이유로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권 및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인간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들의 사회참여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용에서는 저상버스 및 특별교통수단의 도입과 관련 언제까지 몇 대를 확보할 것인지, 경기도와 각 시·군 지자체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어떻게 예산을 마련하고 분담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빠져있다.

질병, 교통사고, 산재 등으로 비장애인들도 장애를 갖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고, 고령사회로의 이행 정도를 바라볼 때 우리 사회의 준비가 한 참 늦었다. 장애인들은 경기도 장애인 정책을 세움에 있어 교통약자 당사자 참여 보장, 이동권을 복지적 시혜가 아닌 기본권으로 바라볼 것, 교통약자 정책의 실효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가 살기 좋은 사회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근거한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