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과 우리의 대책

배기수 아주대학병원 소아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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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이란 글자대로는 의료와 관광을 접목시킨 것이다.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관광(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에는 환자 이외의 동반자로 인한 부대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OECD가입국가 중에서 가장 의료비용이 싼 우리나라에서는 체류나 관광에 지출된 부대비용이 의료비용 자체보다 훨씬 더 크다. 물가가 비싼 선진국을 비롯한 의료관광 중심국들은 의료소비자들이 기분 좋게 부대비용을 많이 지불케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해외고객은 많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수요성격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모집하며 홍보를 할 수 없게 돼있다. 그 이유는 의료관광을 통해 궁극적으로 수익을 보는 의료기관이 수수료를 지불할 경우, 의료기관 알선금지 등의 의료법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에 입국비자를 신청하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거부당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교정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금년 4월 중에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장기적 지원대책 수립은 참으로 중요하다. 경기도에도 의료상품을 팔고자 하는 의료기관이 많은데, 이들이 각기 해외에서 활동을 펼친다면, 과다경쟁과 덤핑 등의 사례로 귀착될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에서는 의료서비스 해외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기관을 위한 종합지원책을 펴야 한다.

머리 좋기로 소문난 싱가폴은 자국의 의료기술을 선전하는 데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몇 년 전 한국 샴쌍둥이에게 무료수술을 해주고, 이를 전 세계 언론에 알렸다. 한국도 샴쌍둥이 수술을 잘 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을 통해 한국은 의료후진국이며 싱가폴의 의료종속 국가가 되어버렸다. 싱가폴 병원은 단 돈 1억원으로 수 십조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은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은 신기술 개발에서 나온다. 현재 질에 비해 값이 싸서 경쟁력이 있는 대한민국 의료기술이 그리 오래갈 수는 없다. 머지않아 가격인하 경쟁에서 태국에 백기를 들고 말 것이다. 경기도에는 가장 훌륭한 바이오 의료 기술개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제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여 의료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느냐에는 경기도 정부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있다. 다시 한번 싱가폴에 당하는 일을 경기도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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