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판잣집이 보이니?

권택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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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저기 판잣집이 보이니? 네가 공부하지 않으면 그렇게 살게 될 거야”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식구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자식들뿐만 아니라 아내로부터도 잔소리로 치부되지만 기성세대로서 자신이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 심리, 자신의 경험을 통해 후세에게 길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버지의 책무라는 생각에 반복적 설교를 늘어놓곤 한다.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그래서 과거와 다른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면 미래를 향한 변화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근거해 나온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매체 이용률을 보면, 세대 간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기성세대가 가장 자주 접하는 매체는 TV와 신문인 반면 10대에서 20대가 주로 접촉하는 매체는 인터넷이다. 지난 2000년 40%내외에서 2008년에는 97%가 넘는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미래의 고객인 1318세대부터 2529세대는 기성세대가 가지는 소비의 행태와 정보 채널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세대를 일컬어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혹은 디지털 노마드(Nomad:유랑자) 세대라고 한다. 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생성 및 전달도 과거 몇 사람의 전문가에게서 이해되고, 서술되어 오던 사회현상이 소비자들의 참여에 의해 해석되고, 전달되는 대중 참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은 대중 매체 시대를 넘어 개인 미디어의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고객이 변하고, 그에 따른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1938년에 최초의 컬러 필름을 만들었던 아그파 필름이 2005년 5월 파산한 것은 자신의 경쟁상대가 코닥 필름이 아닌 HP, 소니, 니콘 등 디지털카메라나 컴퓨터, 반도체 기업임을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IT기술의 영향을 받는 곳은 개인의 일이든, 기업의 사업 내용이든 반드시 미래의 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이치를 파악하여 스스로 지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말은 급속히 도래되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아 불황이라 하지만 꿈의 크기를 줄이기보다 끈기 있고, 큰 꿈을 꾸는 황소와 같이 미래를 위해 큰 걸음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권택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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