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송아지의 미소

이구남 道교육청 영재담당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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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이제는 교과서에도 사라지고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의 천진한 목소리가 논두랑·밭두랑에 울려 퍼지고, 냇가 멀리 평화로운 송아지를 그렸던 기억도 난다. 방학을 하려면 소꼴을 한 짐씩 베어야 했던 추억이 아스라하다. 정말 평화롭던 옛날이었다. 이제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무자년(戊子年)은 심한 변화 속에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 위기가 실물위기로 전 세계로 급속히 번졌다.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빅3’ 자동차 회사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월 5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은 직장을 잃고 있다. 사상 초유의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도 구제 불능이었다. 이러한 위기는 유럽과 아시아, 남미, 중동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번져 나갔고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자산가치 하락,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이 덮치면서 중산층은 하나 둘 붕괴됐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유일한 성장 동력이던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침체된 내수는 더욱 얼어붙었다. 자금 줄이 막히면서 기업들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촛불시위에 의해 희망 동력을 잃는 듯하였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일어났던 우리의 국민성은 김연아, 박태환 등 스포츠에서, 이소연은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 희망을 보내왔다.

기축년(己丑年)은 소띠 해이다. 소는 지리풍수에 재(財)를 몰고 온다고 하고, 소 꿈은 재수(財數)가 좋다는 길몽으로 생각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식 공부나 결혼 밑천으로 소를 키우는 농부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성실하고 믿음이 있으며, 근면하고 참을성이 강하다. 즉, 소는 부(副)와 풍요의 근본으로서, 집안의 번창과 마을의 안녕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 민족은 소를 가축으로서보다 가족처럼 생각해왔고, 그러한 순박한 심성으로 새해에는 온 세상이 평화가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기축년 새해 벽두에서 송아지의 평화로운 미소를 상상해 보며 어렸을 때 배웠던 노래를 불러본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의 미소는 무자년의 고통을 넘어 우리 국민들에게 위대한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희망을 주리라 기대해 본다.

/이구남 道교육청 영재담당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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