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이름으로 통하다

조진식 수원미술전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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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4년 동안 지역미술문화발전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과 활동들을 활발하게 펼쳐온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의 정기 협회전이 12월16일부터 수원미술전시관 전관에서 한국화, 서양화, 서예문인화, 디자인 공예,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작가 140명, 중국작가 20명, 일본작가17명, 총 180여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특히 일본자매도시인 아사히카와미술회와, 중국 주해시 미술가협회와의 작품교류를 함께하고 있어 우리 시의 미술문화발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미술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소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개막일에는 많은 내외귀빈과 중국 주해시 미술가협회의 부단장 외 4명의 작가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작품증정식과 양국의 문화교류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수원의 미술계 인사들과 중국작가들이 모인 문화교류의 밤에서는 식전 무용공연과 식후 양국 작가들이 함께 작품을 그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름다운 선과 율동의 한국 전통무용으로 흥을 돋우고 서로의 취향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자리를 가득 채워 나갔다.

진풍경은 식후 화선지가 테이블에 놓이고서 시작됐다. 수원의 한국화가 김승호, 이길범 작가를 선두로 중국작가들과 번갈아 가며 화선지에 한국과 중국의 산수(山水)를 그려 넣었다. 이 진풍경은 영화 취화선의 오원 장승업이나 최근 흥행몰이를 한 신윤복이 작품을 그리는 모습과도 과히 견줄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날 한국화가 김승호는 붓 끝에 진한 농묵을, 중간에는 중묵을, 붓의 안쪽에는 담묵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농·중·담묵을 한번에 표현하는 삼묵법의 아름다운 농담으로 산수 풍경을 그려내자 이에 질세라 왕자오펑 부단장이 아무렇게나 먹물을 묻혀 붓을 움직이는 듯하더니, 흥에 겨운 발묵(發墨)으로 짧은 시간에 그려지는 산석운수(山石雲水)를 그려내 마치 왕묵(王墨, 중국 당나라 때의 화가)이 살아 돌아온 듯 했다. 이에 이길범 작가는 자유분방하고 명쾌한 갈필법으로 한국의 정서를 나타내는 소나무를 그려 화답했다. ‘통(通)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날 예술이라는 한 가지 공통언어로 모인 우리는 국경도 언어도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은 채 하나가 되었다.

문화교류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바람직한 문화여야 한다. 올바른 문화 교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문화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며,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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