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왔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입니다. 오늘 같은 날이면 선생님 생각이 간절합니다. 선생님이 생각날 때마다 오래 전 선생님께서 주신 빛바랜 편지를 꺼내봅니다. 기억나세요? 선생님이 직접 쓰신 글이라며 읽어 주시던 ‘별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가슴에 담겨 있습니다. 그 이후 저도 글을 쓰려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전 시골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의 편지를 읽으며 그 때의 글을 찾아보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 가슴에 숨겨진 이야기를 / 손바닥에 올려 놓으면 / 둥실 떠올라 반짝인다 / 손끝 따라 머물면 / 지난 해 별이 된 아이들이 / 옹기 종기 모여들어 / 품안에 돌아와 반짝인다 / 눈 감아 가슴을 열면 / 총총히 빛나는 별 / 별 호수되어 흐른다 / 별을 찾는 아이들 / 별이 찾는 아이들 / 별을 보는 아이들 / 별이 보는 아이들 / 한 점 바람 없는 날 / 가슴에 숨겨진 이야기를 / 손바닥에 놓으면 / 별이 된 아이들이 반짝인다’
제자는 이미 별이 되었다. 어느새 훌쩍 커서 국문학을 전공하였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선생님들은 분주해 진다. 학년말 성적처리, 교육과정의 마무리는 물론이려니와 한 해의 이야기를 문집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학급에는 학예회 발표 연습을 하기도하고 긴 방학동안 자율 학습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다음 해에 좀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하기도 하고 학습자료를 개발하기도 한다. 정말 바쁜 12월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스스로 고달픔을 자처한다. 선생님의 작은 움직임마다 이야기이고, 추억이고, 아이들의 꿈으로 간직된다. 선생님의 생각은 낮에는 햇빛이 되고 밤에는 달빛이 되어 아이들의 고운 발길을 이끌어 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 빛 속에 담긴 이야기를 꺼내어 별을 만든다. 선생님이란 직업은 늘 이야기를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추억을 만든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꿈을 먹고 희망을 안고 산다. 세월이 흘러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과 희끗한 머리카락은 아이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장치가 된다. 제자가 보내온 글을 읽을 때마다 선생님의 육신과 생각은 젊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별이 된 제자의 글을 읽는 오늘은 가슴이 더욱 따듯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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