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뉴딜

조장호 경영학박사 전 한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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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은 목요일로 일컬어지는 1929년 10월24일, 미국 뉴욕의 증권가(월스트리트)에선 하루 동안에 무려 열 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들은 모두 증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이고 그 동안 치솟기만 하던 주식이 일거에 대폭락하면서 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데 대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때문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공황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10년 동안 지속되면서 모두 9천개를 헤아리는 파산은행을 비롯해서 막대한 수의 기업도산과 두 자리 수(미국25%)의 실업률, 반 토막 난 국민총생산(GNP) 등,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기록했다. 미국의 루즈벨트대통령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개입해서 고용을 안정시키고 적자재정으로 유효수요를 만들어 내는 등의 이른바 케인즈 이론에 입각한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미국 발 금융위기를 80년 전의 이 대공황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발의 유사성 등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정도나 현재의 경제시스템으로 보아 성급하고 무리한 점이 없지도 않지만, 어찌됐던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임엔 틀림이 없다.

정부가 마침내 새해 예산의 국회통과를 계기로 경제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일요일 귀국하자마자 장관들을 불러서 확대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할 것과, 꼭 필요한 분야를 선별해서 이에 집중적으로 투자 할 것을 지시했다. 공무원들이 예산사업을 붙잡고 늘어지는 종래의 관료적 사고와 행태에서 빨리 벗어나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으며, 어제부터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앞당겨서 필요한 사업과 정책을 서둘러 점검하고 독려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자세는 지금 점차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긴박성으로 볼 때 잘 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국민이 불안해하면 할수록 경제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또한 적기를 놓친 시책은 효력이 떨어지거나 사후약방문이 되고 만다. 정부가, 그리고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런 불안을 덜고 나아가 희망을 심어주는 데 크건 작건 역할을 할 것이다.

불황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기업부도와 대량실업이고, 이에 따르는 서민경제의 몰락이다. 정부가 감세 등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서민들에 대한 고용을 늘리고, 절대빈곤층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공황 때의 뉴딜정책을 원용한 시책들을 이따라서 내어놓고 있다.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늘리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는 달리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런 정책들이 위기극복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회의적인 부문도 못지않다.

첫째는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가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 관련 투자사업들이 제대로 진척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대표적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인 4대강 개발이 대운하의 속셈으로 비춰지고 있고, 많은 토목사업들이 특정지역에 집중됨으로서 이른바 ‘형님예산’으로 지탄 받는 등 국민의혹을 오히려 더 증폭시킬 요소들이 적지 않다.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거듭된 자금지원 약속에도 아랑곳없는 은행들의 몸사림 현상 역시도 지나쳐 볼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경기관련 예산의 GDP(국내총생산)대비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크게 적다는 점이다. 내년에 1%로 예측되는 경기가 이 정도 가지고 부양될 수 있을 런지를 모르겠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선 이를 떠받칠 충분한 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다. 이 점 대공황을 극복한 장본인이 뉴딜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이었다는 논란이 아직도 계속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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