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생활의 중심’이 된 휴대폰이 여전히 말썽이다. 문명의 이기로서의 편익을 넘어 그 폐해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음악회 공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앞줄에 자리한 몇몇 중학생들이 처음에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매료되어 흥미있게 감상하는가 싶더니 이내 따분한지 휴대폰 놀이에 빠졌다. 연주회 장면을 찍는 것은 예사요, 메시지를 주고받고 또 어떤 아이는 아예 통화를 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듯한 아이들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이 뿐이랴. 요즘도 전철 안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 몰염치족이 한 둘이 아니다. 또한 지식인들이 참석하는 강연회나 세미나 등 공식적인 행사 중에도 휴대폰 때문에 유쾌하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지기 일쑤다.
특히 청소년들은 장시간 통화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 십 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게임, 인터넷, 사진촬영, 영상편지 보내기에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중고생들의 20%가 하루 두 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고, 전체 평균 60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 게임 등으로 수십만원의 요금이 부과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음란물 접촉, 전자파 발생 등 그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휴대폰이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면서 상당수 청소년들이 탐닉의 수준을 넘어 ‘중독’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휴대폰이 한시라도 손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금단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 오사카(大阪)부는 내년 3월부터 초중학생들이 휴대폰을 갖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교생에 대해선 반입을 허용하되 교내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설만큼 일본에서도 청소년들의 휴대폰 이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갖고 있다는 우리나라도 올바른 휴대폰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특히 한창 책과 씨름해야 할 청소년들이 ‘오락’을 위한 휴대폰에 빠져 소중한 시간을 허송하는 것은 큰 문제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대표 코드가 된 휴대폰에 대한 예찬론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와 함께 현대생활의 필수요소가 된 휴대폰에 대해, 편리함의 이면에 따라붙는 폐해만큼은 아무리 거론하고 고쳐나가도록 계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 태 열 道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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