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보니 예전에 없던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심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질병을 뜻하는 트라우마(trauma)라는 용어가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또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트라우마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트라우마 세대라 지칭하는 이들은 10년전 쯤 중·고교에 다닐적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모의 실직이나 사업도산으로 극심한 어려움 속에 학교를 다니다 이제 사회진출을 앞둔 취업예비생들이다. 그런데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이 될줄 모른다는 최근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취업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젊은이들을 말한다.
세간에 곤란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대략 난감’이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트라우마 세대에겐 요즘 세상이 ‘절대 난감’의 상황이다.
한 친구의 아들도 트라우마 세대로서 근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를 맞아 갑자기 도산하면서 그 자녀들은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고 학비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후 그의 아들은 어렵사리 야간 대학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학업을 마치고 올해 졸업반이 되었다. 자신이 꿈꾸던 금융전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증권사 취업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금융계이기에 자신이 바라던 증권사 취업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 돼버렸다.
‘IMF 철퇴’를 맞고 학창시절 내내 그 후유증에 기나긴 몸살을 앓아오다 이제 겨우 극복하는가 싶더니 또 다른 트라우마를 만났으니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얼마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를 19년만에 이겨 어떤 이는 ‘사우디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트라우마가 주는 스트레스는 오랜 시간 만성적 노이로제이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위기로 인해 난데없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저 안타깝다고 하기엔 현실은 너무 절박하다. 트라우마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비단 트라우마 세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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