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의 중장년층 가운데는 자전거로 학교에 통학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십리, 이십리 길도 걷거나 자전거로 다녀야 할 만큼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다. 뿌연 먼지가 풀풀 나는 신작로 길을 달리면서 청운의 꿈을 키우던 그 시절, 자전거는 무척 빠른(?) 교통 수단이었다. 노선 버스는 가뭄에 콩 나듯 오는데다 만원(滿員)이기 일쑤였고 또 아무 때나 차를 타고 다닐만큼 경제 사정이 넉넉치 않았다. 그렇기에 자전거는 아주 유용한, 특히 학생들에겐 보물 1호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자전거가 도로 확장과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몇 년새 다시 부쩍 늘어나고 있다.
요즘 도심 하천의 잘 가꿔진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자전거들이 꼬리를 물고 질주한다. 출퇴근 길에도 멋진 복장을 하고 직장을 오가는 이른바 자출족(자전거 출퇴근族)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 옛날 자전차포라 불리던 수리점이 다시 등장하고 자전거 판매장은 매출이 늘어 요즘과 같은 불황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난 한해 국내에 수입된 자전거가 240만대에 이르며, 자전거 제조회사는 뜻밖의 주가폭등으로 희희낙락이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귀환’이 시작됐다. 여가레저생활의 확산에다 고유가에 따른 유(油)테크가 절실해지면서 자전거의 귀환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일선 지자체들도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은 물론 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전거 행정’에 전력을 쏟고 있다. 시민들에게 자전거 보험을 들어주는가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빌려탈 수 있는 자전거 공영제를 도입하고 자전거 주차장도 대폭 늘리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자전거를 타고 온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사은품을 주는 등 자전거 붐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홀짝제 운행 등 자동차는 홀대받고 있으나 자전거는 갈수록 귀한 대접을 받고 있어 격세지감의 세상이 된 셈이다. 요즘 같아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더 위대한 인류의 발명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가 가기 전 자전거 한 대 구입하여 씽씽 달리면서 경기침체의 시름을 잠시나마 떨쳐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말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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