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와 사회가치 창출

이구남 도교육청 영재담당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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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이제 수 개념을 익힌 후 덧셈과정에서 ‘100’ 단위를 배울 때였다. “아빠! 30+70은 얼마게?”, “100이지”, “그러면 20+80은?”. 아이는 ‘100’이라는 숫자에 너무 재미있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 오늘 100점 받아왔다” 아이는 신나서 시험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100점을 찾을 수 없었다. 더욱이 절반정도는 빨간 색연필로 대각선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많이 틀리고 100점이라구?” 아이는 아빠의 실망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하나의 시험지를 내밀었다. 그 시험지도 50점이었다. “어휴!”, “아빠, 50점+50점이 얼마게?”, “!!!”.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부모 된 마음이야 ‘내 아이가 영재였으면’ 하는 마음이 어디 없겠느냐마는 아이는 잘 자라 주었고 대학을 입학해서 군대도 갔다왔다. 부족한 아버지로서 감사할 뿐이다.

아이는 사회속의 부분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 아이가 영재이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의 희망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랜 역사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영재들이 담당했을까? 영재를 바라보는 개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영재란 바람직한 사회가치 창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가치는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 영재 성향에서 독특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은 영재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잠재적 영재 성향은 가정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사회 환경에 따라 변화하며, 학교교육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게 된다. 학교는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발현 기회를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공간이다.

요즈음 거리에서 보면 많은 간판이 영재라는 단어로 변해가고 있다. 상업적 욕구가 커지고 있음은 미래 사회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영재는 폐쇄된 공간에서 선수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교육환경과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희망경기교육의 영재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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