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났다고 아우성이다. 주식도 펀드도 부동산도 골프회원권도 모두 반토막으로 폭락해 난리법석이다. 피안의 불로 여겼던 미국발 금융 쓰나미의 철퇴를 맞고 자산가치가 반토막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반토막이 끝이 아니란다. 반의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려온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확실한 것은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가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경기(驚氣)가 날 지경이다.
그러나 위기의 골이 아무리 깊어도 그 바닥은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위기는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뿐이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 역사가 그걸 똑똑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1997년말 IMF 외환위기가 도래했을 때에도 금세 나라가 결단날 것 처럼 불안감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국가부도의 위기가 언제였었냐는 듯 불과 3년만에 우리는 채권국으로 돌아섰다.
문득 ‘인퇴아진 인취아기(人退我進 人取我棄)’란 말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이 물러날 때 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얻어려 할 때 포기한다’는 뜻이다. 홍콩의 최고 갑부인 리카싱의 투자철학이기도 하다.
주식투자만으로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1위의 부자에 오른 워런 버핏의 말도 떠오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탐욕할 때 두려워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야 한다”고 했다. 버핏은 이번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 10월 이후 20조원을 풀어 9개 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를 단행했다고 한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항상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린다”는 그의 역발상 투자가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명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 시장’을 떠날뿐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기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과도한(?) 비관에 사로잡혀 그 믿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위기일 때는 위기관리가 절대 필요하고 손실을 줄이는 노력도 절실하다. 그러나 위기는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위기일수록 기회는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래서 위기의 다른 뜻을 ‘위험한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위기 속에 갇혀 낙심만 하지말고 기회를 포착하는 혜안을 가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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