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젊은 작가로 살아남기

조진식 수원시립미술전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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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면 배고프다”라는 말이 있다. 화가라는 말보단 ‘그림쟁이’, ‘환쟁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기능을 중심으로 했던 배고픈 시절은 지나 디자인이 한 단계 위로 자리 잡고 생활 주변 깊이 예술이 자리 잡으면서 예술인에 대한 인식이 변한 건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최근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 규모가 늘어나고 지원(source)도 국고 및 기금 등 다양해지고 있으며, 지원 주체 역시 중앙 정부, 지자체, 민간 위원회, 재단에서 이루어져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2000년대의 한국현대미술은 다양한 국제 비엔날레의 개최와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의 급성장, 국제 시장에서의 활발한 작품 판매 등으로 최대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의 젊은 작가들은 화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두 가지 직업을 갖지 않고서는 생활이 어려운 처지이다. 그것은 지역의 작가들이 중앙의 작가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작업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수원지역은 아직까지 변변한 시립미술관이 없어 작품수집 및 구입이나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고 조사·연구활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미술관의 홍보나 교육프로그램개발, 작가 레지던시 같은 작가활동 촉매를 위한 체계 등이 전무한 것이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역 작가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이번 수원젊은작가기획전 ‘통과의례’가 그 움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젊은 작가라 하여 30~40대의 청년작가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작가군의 연령이 낮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시가 시작되고 이들은 여느 기성 작가들 보다도 멋진 전시를 만들어 냈다. 이는 수원미술의 밝은 미래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시 뿐 만아니라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은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한국현대미술의 변화와 함께 젊은 작가들의 역할과 위치의 변화를 살펴보고 수원지역의 미술과 지역미술담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작가들 간의 커뮤니티 활동과 젊은 작가 지원현황 및 프로모션 방법에 대해 들어 봄으로써 지역작가로서 자신의 위치와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창작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발 딛기 위한 지침서를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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