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수원시예절관 교육장의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수리를 의뢰했더니 이튿날인 그 무덥던 여름 오후 수리기사가 와서는 예절관 입구에서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 어깨에 매었던 사다리를 내려놓고는 큰기침을 한번 하더니 옷매무새를 점검 하고는 두 손을 공손이 모으고 ‘에어컨 고치러 왔습니다’ 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상당히 멋쩍어 하면서 왠지 이곳에서는 이렇게 해야만 될 듯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와 전통에 관해 말하며, 요즘 청소년들의 의식과 행동에 상당한 우려와 염려를 하면서 천정에 붙어 있는 에어컨을 즐겁게 고치고 돌아갔다.
예절은 우리가 말없이 약속해 놓은 생활방식이다. 예절이라는 무언의 약속은 어떤 형식상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지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하나의 버릇이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무언의 약속으로 화한 것이다. 일정한 생활 문화권에서 오랜 생활관습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생활방법으로 정립되고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생활 규범인 것이다.
두 차선이 만나 한 개의 차선으로 줄어드는 곳에서 차가 동시에 만나면, 숨 한 번 더 쉬고 상대를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해 준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현대 사람들은 예절이라고 하면 진부하고 까다롭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필자는 예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 마다 예절의 ‘예’는 무엇이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예’ 하고 대답을 잘하는 것이요, ‘절’이라는 것은 그저 공손히 ‘절’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예절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남보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상대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담아 에어컨 기사처럼 지극한 마음으로 그저 공손한 말과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모두들 요즈음의 경제를 걱정한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조금은 천천히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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