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斷想)

최태열 道경제단체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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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기발함과 창조적 괴짜로 알려진 억만장자 기업가가 있다. 전세계 30개국에 200여개 회사를 거느린 버진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이 바로 그다. 영국에서 5위내 자산을 일군 그의 성공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상상력과 도전정신이다. 브랜슨 자신의 말이다.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라는 책을 쓰기도 한 그는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고, 뉴욕 타임스광장에서 자사의 모바일 광고에 나체 모습을 하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파격과 일탈을 일삼아 늘 매스컴의 파파라치 대상이다.

브랜슨의 성공을 일군 상상력과 도전의 원천은 다름아닌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에 있다. 그는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말은 자명한 진리’라고 까지 말한다. 열기구를 특히 좋아하는 그는 “지상에서의 삶은 너무나 빠르고 혼란스럽고 빡빡하다. 또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자기만의 휴식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이유를 든다.

바쁘지 않은 현대인은 없다. 길 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면 바쁜 일이 있다. 그래서 바쁘면 하는 일이 잘 되고, 바쁘지 않으면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여길 정도다. 물론 부지런히 땀흘려 일하는 것은 생활인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일만 하기 위해 바빠야 한다면 삶은 스트레스이고 고단할 뿐이다. 어쩌면 요즘처럼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휴식이 아닐까 싶다. 자기만의 휴식법과 자기만의 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브랜슨의 말이 잠언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가을 햇살이 곱다. 바람결에 한들거리는 들꽃도 참 아름답다. 사시사철 각기 묘미가 있지만 특히 가을이 주는 정취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한다.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축제도 열고 있다. 그래서 놀기에 더 없이 좋은 때다.

허나 계절은 좋지만, 그저 놀기에는 우리네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특히 경제가 어렵다보니 노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노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역설(逆說)이 맞을지 모른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놀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때 새로운 삶의 의욕과 지혜가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주말엔 가까운 유원지라도 찾아 가을 정취를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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