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는 자체적으로 경기도 도지사의 2년 도정 평가를 행했었다. 여성단체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내가 맡은 분야는 ‘여성정책’이었다. 2년간의 경기도 여성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의 자료를 분석했을 때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 온 것은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다문화 사회’에 대한 정책과 예산의 집행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다음의 심상치 않은 점에서 또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는 결혼 이민자에 대한 정책과 예산만 있을 뿐 이주여성노동자 전반에 대한 정책과 예산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가족 이데올로기가 이곳에 온 그들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기에 기회의 평등과 혜택의 형평성 원칙에서 볼 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정책과 예산이 지극히 일방통행적이라는 점이다.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로의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선별적으로 집행되었을 뿐 그들을 이해하는, 그들의 뿌리에 대한 깊은 배려의 정책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물음이 없는, 상호 존중이 아닌 일방적인 이 사회에서의 ‘사회적 정체성’의 강요에 가까운 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는 많은 예산이 ‘한글’교육 및 그에 관련된 부분에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영어’ 바람과 비교해 볼 때 이는 웃지 못할 사회적 역설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으면서 우리의 것을 남에게 억지로 주입한다? 이들은 우리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아울러 우리 내부로부터의 점검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다문화 사회’를 위한 우리 도민들에 대한 정책은 무엇이며, 우리들은 이곳에 온 그들에 대해 시혜(施惠)적인 시각, 자세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그들의 상당히 어려운 현실에 우리의 단순하고 편리한 환상만 널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일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발견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들 또한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맞는 그들의 둥지를 틀 수 있게끔 동행하는 것, 이 사회에서 그들다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거드는 것, 그런 마음과 눈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다른 그 무엇에 앞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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