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확대가 우선이다

조장호 前 한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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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과정에서 후보가 내건 공약이 모두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실 그리 되어서도 아니 된다. 타당성이 분명하지 않은 대규모 투자 사업이나 국민정서에 민감한 정책일수록 신중을 기해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잠복상태에 있는 대운하 건설도 충분한 의사소통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앞서져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광우병사태 역시 그렇다. 국민소통의 과정만 먼저 거쳤어도 그렇게 혹독한 시련과 국론분열, 국력손실을 가져 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크다.

하지만 약속은 분명히 약속이다. 특히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은 가능한 한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튼튼해지고 기대가 커진다.

요즘 들어 정부가 많은 경제 및 민생시책들을 내어 놓고 있다. ‘촛불정국’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비로소 일하려 노력하는 일단이 엿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표된 정책들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헤아려지지가 않는다. 당초 내건 ‘창조와 개혁’의 방향과도 거리가 있고, 시장중시에도 어긋나며 간혹은 시책간의 상충현상도 나타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한 환율인상이 물가를 자극하고, 촛불을 잠재우려 서둘러 선포한 위기론이 경제의 침체를 재촉한 일들에서도 그렇거니와 최근 발표한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도 그러하다.

정부는 지난 주말, 수도권의 그린벨트나 산지, 구릉지 등을 개발해 중소형 분양 및 임대아파트를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9.19대책이다. 투기재연 등의 위험이 없진 않지만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보금자리)을 마련해 주고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서 관련시장의 반응만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 면에선 문제가 있다. 새 정부는 공약사항인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포기하고, 대신에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규제완화란 새로운 시책을 채택했다. 사실상 전 정부의 핵심정책인 지방균형발전을 승계키로 한 셈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복도시 등 각종 지방개발을 계속 추진해서 수도권의 기업과 과잉인구를 데려다가 지방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9.19대책의 예상되는 결과는 이와 반대다. 의도했건 아니건 수도권으로부터의 유입 대상자들을 수도권에 그대로 묶어두겠다는 시책이다. 얼핏 보아도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정책 상충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혹시라도 지금의 정부 여당이 그토록 비난해 오던 포퓰리즘, 이른바 인기영합주의에 스스로 빠져든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포퓰리즘은 독약과 같은 것(Populism clouds economic polices)이기 때문이다. 독자정책 추진의 소신을 잃고 대중적 인기만을 좇기 때문에 정책간의 모순도, 생각지 못했던 문제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래서는 과거 10년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 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이젠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가는 글로벌시대다. 무한경쟁의 전쟁터에서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산업정책의 최우선이며, 그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의 핵심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에서 기업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영세서민들의 주거문제를 수도권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면, 이들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도 수도권에서 확보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도권 규제정책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조장호 前 한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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