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평생원수’¶/유승호 금촌성심의원 원장¶¶오래전 모 TV에 할아버지 할머니 노부부들이 출연해 서로 퀴즈를 맞추는 프로가 있었다.
진행자가 ‘천생연분(天生緣分)’이란 문제를 보여주자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답을 구하는데 온갖 설명과 동작에도 할머니는 계속 동문서답이었다. 마침내 “긍께로, 우리 둘을 머시라 하남?” 할아버지 말씀에 “아!~ 진작 그라케 말하지~잉!”하며 무릎을 탁! 치면서 자신있게 정답을 꺼내는 할머니 말씀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할머니의 명답(?!)은 바로 ‘펭셍웬쑤!’였다. 표준말로 ‘평생원수(平生怨讐)’.
꽃다운 이팔청춘에 만나 결혼한 후 반백년이 넘도록 살을 맞대고 살아온 노부부이건만,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정성을 마음속에 감추고 짐짓 퉁명스럽고 무심한 체 대했던 세월동안 할머니께서는 당신을 향한 할아버지의 속마음이 정말 퉁명스럽고 무심했다고 판단했을게다. 평소에 진솔한 속마음을 보이고 알콩달콩한 표현을 아끼지 않았더라면 남들 보기에 멋진 황혼의 동반자라 할 수 있겠고, 자칫 무심할 수 있는 부부사이에서 작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산다는게 중요하다고 새삼 공감했다.
흔히들 ‘부부는 무촌(無寸)이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이다’란 표현을 쓰는데, 전혀 모르는 남남끼리 만나서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한평생을 같이하는 인생의 동반자 관계이다. 그만큼 허물없이 가까운 사이이고 심지어는 서로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소중한 존재가 바로 부부다. 그러나 한편으론 성격과 의견이 안 맞아 갈라서면 또다시 남남처럼 소원해지는 사이도 부부다. 다시말해 서로의 노력에 따라서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고리가 될 수 있고 혹은 썩은 동아줄이나 비에 젖은 새끼줄처럼 쉽게 끊어져 갈라서는 고리도 될 수 있다. 이처럼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 하늘과 땅처럼 극과 극이 될수 있는게 부부다.
사랑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 주지는 않지만 다가올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기에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성격과 의견차이로 이혼이 급증하는 현실속에 배우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사랑과 배려를 솔선하는 마음자세를 갖자.
부부끼리 ‘천생연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평생원수’처럼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유승호파주 금촌성심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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