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서 온 아내와 잘사는법

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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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휴가 마지막날 남녀 간의 차이점을 일깨워주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다시 한번 꺼내 읽었다. 명절을 앞두고 텔레비전에서는 결혼을 위해 이민 온 동남아 여성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을 부치는 모습, 절을 배우는 모습을 연일 보여주었는데, 느닷없이 이들이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남녀란 금성과 화성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다 온 것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 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대를 나에게 맞추어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맞서려고 하는 대신 그 차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이해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다고 조언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결혼이민 온 여성들은 자기는 금성으로부터 남편은 화성으로부터 지구에 이주해 와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 금성에서 남편과 시댁식구들이 계속 살아온 화성으로 시집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부부 간에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남편나라의 사고방식과 생활풍습에 맞추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태반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외국인 아내들이 한국말을 빨리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겠지만, 한국남편들은 아내가 살던 나라의 언어를 과연 몇마디나 알고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 정도라도 아내의 나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남편이 얼마나 될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도 국제결혼은 우리나라 전체 혼인건수의 11.1%나 차지하며, 이중 한국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자의 수는 2만9천140명으로 국제결혼의 75.7%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2007년도 한국남편과 외국인 처의 이혼은 5천794건으로 전년보다 44.5%가 증가하였고 이들의 대부분(90.2%)이 채 4년도 살지 못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어렵게 한국을 택해 결혼이민 온 아내들이 잘 적응하며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아내나라의 풍습 등 차이점을 이해하고 아내나라의 말 몇마디라도 익혀 힘든 아내를 위로해 주고 아내나라의 명절도 기억하여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금성에서 온 아내와 훨씬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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