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삶의 가치는…¶/이종필 수원시의원¶¶15년 전 쯤에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낸 적이 있다.
지역에서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일일찻집을 연다고 해 국회의원을 수행하고 그 곳을 찾았다. 찻집 안에 들어서니 그날의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하는데,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었다. 회장과 총무 등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함께 했다.
그들은 시내 곳곳에서 구두를 닦아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일년에 한 번씩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데, 그들끼리 모으는 돈만으로는 부족하여 염치없지만 일일찻집을 열게 되었으며 폐를 끼치게 되어 송구스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에 국회의원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남을 위해 봉사해 온 마음과 노고를 치하하면서 “당신들도 넉넉하지 못해 하루하루 먹고 사는 분들이 굳이 이럴 필요가 있느냐”는 뜻의 말을 건네자, 그 중 젊은 한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우리도 당당히 직업인으로서 인정받고 싶고 또 우리 같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봉사도 하지 말라는 것 입니까”라며 따지듯 되물었다. 한참동안 그 분들이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해 온 많은 일들을 듣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날 이후 당시 삼십대 초반의 젊은 필자는 그 동안의 삶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다. ‘무엇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데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상위그룹의 직업을 갖고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 권력과 물욕을 위해서는 주변과 이웃을 무참히 짓밟는 현실의 풍토 속에서 과연 어떤 삶이 바람직한 것일까? 솔직히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학문적 근거와 철학적 접근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을 하며 사는 것보다, 구두 한 켤레를 닦아 모은 돈으로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이 더욱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존경받고, 도덕과 상식이 존중받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중국 설화에 ‘花香千里行(화향천리행), 人德萬年薰(인덕만년훈)’이란 말이 있다. ‘꽃의 향기가 천리를 가지만, 사람이 쌓은 덕은 만년동안 그 향기를 지닌다’는 뜻이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지, 이 가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종필 수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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