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자를 도둑이라 한다. 도둑의 호칭도 다양하다. 도적(盜賊)과 강도(强盜) 외에도 산속에 사는 도둑이라 하여 산적(山賊), 바다를 오가면서 재화를 강탈하는 해적(海賊), 의롭지 못한 부잣집 재산을 훔쳐 구차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의적(義賊), 세상에 해를 끼치는 못된 도둑인 비적(匪賊), 큰 도둑인 대도(大盜) 또는 거적(巨賊), 대들보 위의 군자라 하여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도 한다.
이러한 도둑 외에 벼룩의 간도 능히 빼 먹을 만한 자, 정말로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 도적이 있다. 바로 수확기에 접어든 농촌에서 농산물 도둑질에 활개를 치는 농적(農賊)이다. 매년 수확기가 되면 농민들은 풍요를 거두는 보람과 즐거움을 만끽할 틈도 없이 도둑들 때문에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지낸다.
농민이 쌀 한 톨을 생산하기까지 여든 여덟 번의 손이 가야 된다고 해서 쌀 미(米)자는 八十八 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쌀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건조를 위하여 널어 놓은 벼를 딱 한 번의 손질로 거두어 가는 도둑, 몇 년간 고이 가꾼 인삼을 캐 가는 도둑, 사과· 배·밤 등 오곡백과 도둑은 물론 사슴뿔 잘라 가고, 출하 앞둔 가축에다 심지어는 생계수단인 고가의 농기계까지 훔쳐 가는 도둑 등등 농촌에서 힘없는 농민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도둑질을 한다.
도둑 맞은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수많은 땀과 시간을 들여 마치 자식처럼 키워서 겨우 결실을 보려는 찰나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심정은 하늘이 무너지고 원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요즈음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서 갈수록 대범해지고 지능화 되는 도둑질이 극성을 부린다면 농촌사회는 불안과 분노로 피폐해 질 것이 자명하다.
문제의 심각성에 경찰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농민들 스스로도 자구책을 꾀하고 있으나, 열 명의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잡기가 어렵다고 하듯이 도둑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민·관이 합심해서 효율적인 경계태세를 갖춰 도둑을 사전에 방지하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보강하여 도둑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래서 문을 열어 놔도 도둑이 없었던 예전의 농촌으로 돌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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