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고민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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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고민¶/강현재(구성고등학교 교장)¶¶근래에 들어 ‘내가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이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무엇인가?’가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30대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정신’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차치하고 그리 생각했었다. 어쩌면 정신과 육신, 이성과 감정이라는 서양식의 이분법적 사고의 영향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 육신과 감정보다는 정신과 이성이 우위에 있어 이것이 육신과 감정을 조절하고 지배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정신이 육신의 제약을 받고 이성이 감정에 뒤흔들리는 현실을 절감하면서 의혹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이 양자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만한 태도로 혹사시켰던 육신을 잘 다독여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그러다 때로는 이런 나를 관찰하고 되새겨 보고 있는 나를 의식하면서 이것이 ‘나’인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간의 두뇌활동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이는 또 인체 내에 있는 효소들의 화학작용과 관련된다는 과학계의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그렇다면 의문을 품는 나를 바라보고 나의 생각을 점검하는 ‘나’의 사고활동도 내 몸 안의 효소 작용에 의한 호르몬의 영향인가. 나는 부분이면서 전체인지, 그냥 전체이면서 부분을 의식하는 것일 뿐인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런 생각은 때로 나와 사회의 관계 쪽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기도 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체제나 문화 양식은 사실 인간이 이들을 부린다기보다 인간이 이들 요소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인간은 어쩌면 끝없이 자기보다 더 큰 존재(그것이 신일 수도 제도나 체제일 수도 있다)를 상정하고 그에 의탁해서 자신을 조절하고 위안을 얻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만약 인간이 상정한 어떤 존재들이 우리의 인지 능력 밖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사유한다면 우리 인간을 어떻게 판단하며 그들 스스로를 무엇이라 정의하고 싶어 할까. 우리가 만들어 낸 제도들을 의견 합의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지도 규정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그들도 나처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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