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방광업 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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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방광업 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벌써 가을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로 이제 며칠 후면 추석이 다가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나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든다. 고향을 떠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다. 직장을 따라 수원으로 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월이 구름처럼 흘러갔다. 그간 젊었을 때에는 공휴일도 없이 일에 파묻히고 생활에 쫓겨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살았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두 번은 선영에 벌초도 하고 친지를 보러가곤 하였지만, 인생 육십고개 언덕에 서서 뒤돌아보니 고향이 더더욱 그리워 진다.

고향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향이 무엇이기에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자석처럼 마음이 끌리어가는가. 누군가 고향은 어머니품과 같다고 하였다. 철모르고 뛰놀던 어린시절, 시냇가에서 발가벗고 동무들과 물장구치며 송사리, 미꾸라지를 잡던 일들,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산딸기, 머루 등을 따먹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언제나 고향의 모습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들녘 아침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장대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밤하늘의 반딧불이 그리고 파란보리밭 물결 위 종달새 울음 소리들은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편안하게 해주고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우리가 살던 초가집, 마을 어귀의 성황당, 강가의 금모래 사장과 아름다운 산하들, 그 옛날의 정겹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혹 우리가 버린 옛것들 가운데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그리고 내일이 오듯이, 무릇 옛것이 있어 새것이 나고 우리의 생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본질은 사물의 외형이 전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속 내면세계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쇼크’에서 현대인은 갈수록 새로운 문화와 경제 쇼크에 급격히 휩싸이게 될 것이며 그 충격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것이 최대의 비극이라고 말하였지만, 나는 그보다도 우리의 마음속 고향을 잊어버리는 것이 더 큰 충격이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냇물에서 돌멩이를 치우면 노래를 잃어버린다고 했던가.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잊혀진 고향의 향기를 다시 느끼는 순간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던 삶의 모든 것들이 바람결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져 간다.

방광업 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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