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嫌韓)의 뿌리

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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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嫌韓)의 뿌리¶/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2010년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를 2천억 달러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한일·한미 교역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이제 한국과 중국은 바지와 허리띠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의 국경이 낮아지는 것과는 달리, 마음의 장벽이 양국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편견과 몰이해로 인해 세워진 장벽인 것이다.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 가운데 현지 종업원들의 분노를 사는 일을 하거나, 체면이나 자존심을 해친 사례가 적지 않다.

중국인에게 있어 체면과 자존심은 호랑이에 비유하자면 가죽과 같은 것이다. 중국인의 낮은 임금에만 관심을 쏟는 동안 이들 가슴 속에 혐한(嫌韓)이 싹튼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의 60%는 중국인들이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왔다가 차별이나 멸시 등 마음의 상처를 입고 돌아간 중국인들이 많다. 매년 2만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오지만, 한국 사람들로부터 편견과 모멸감을 느꼈다는 유학생도 적지 않다. 자신의 경험을 들어, 중국 친구들에게 한국에 오지 말라고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든 유학생이든 중국에서 친한 세력이어야 할 이들이 반대로 혐한 정서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한 언론매체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좋아하지 않는 이웃나라’에 한국이 1위로 뽑혔다. 이렇듯, 민심으로 변한 혐한(嫌韓)감정이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한국팀이 아닌 일본팀을 응원했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냉전 40년이라는 역사적 공백이 가로 놓여 있다. 서구를 향해 살았던 한국인들은 이 시기에 중국인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는지, 또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과거 헐벗고 굶주렸던 시대의 중국인 모습이다. 과거의 눈으로 보려고 하는한, 현대 중국인은 우리 시야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혐한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편견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국민감정을 자극할 경우 바로 폭약이 될 수 있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현대 중국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때다.

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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