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있는 인생길¶/유승호 금촌성심의원 원장¶¶서너평 남짓한 병원 진료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면 좋던싫던 책과 많이 접한다. 즐겨 읽는 역사물이나 고문(古文)에선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사람들끼리 부딪치면서 겪는 희로애락이나 알콩달콩한 흥밋거리는 역시 대중소설 속에 있다.
소설속 얘기가 사실에 근거하거나 혹은 있음직한 설정이더라도 때론 가슴을 찡!~울리는데, 이제껏 살아온 삶의 매 순간들을 건성으로 흘려보냈거나 아쉬움이 많을수록 더욱 그렇고….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는 대학시절 교양학부 교수의 말씀이 갈수록 절절하게 와 닿는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얽히고 살아가는 삶들을 무리없이 절묘하게 풀어가는 작가 솜씨에 ‘역시 프로는 틀리구나’ 감탄하면서 부분마다 공감하는 글귀들을 따로 추려 메모도 하는데 직접 글을 쓸 때나 대화를 할 때마다 필요한 글귀를 인용할 수가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독서는 풍부한 사람을, 대화는 재치있는 사람을, 글 쓰는 것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경험철학의 창시자인 베이컨의 말처럼 책은 사람을 완성시키는 밑거름이다. 두보의 시 ‘제백학사모옥(題柏學士茅屋)’에 나오는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 즉, ‘남자라면 평생동안 모름지기 다섯수레 분량만큼의 방대한 책을 읽어야 한다’란 말이나,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굳이 거창한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책 속에는 인생의 수많은 지혜와 경험이 담겨져 있다.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遍 意自見)’ 즉,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스스로 보인다’는 뜻인데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깨달음과 경험을 하나하나씩 배워 나가지만 더욱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삶에서 깨달음과 경험까지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바로 책속에 다양한 인생 길이 있기에 그것을 통해 삶 속의 시행착오나 좌절을 피할 수 있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功)들여서 읽는다. 그들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일소설가 ’장 파울‘의 말처럼 공들여 읽는 책 한 권처럼 인생도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한다면 가치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어느덧 9월이다. 산이 높아보이고 말(馬)이 살찐다는 풍요의 계절인 가을, 퇴근길에 서점에 들려 책 한 권 사서 마음에 넉넉함을 담아보자.
유승호 파주 금촌성심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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