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온 국민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열광케 하는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목격하고 있다. 국력의 신장에 걸맞게 성장한 우리나라 체육의 성숙한 모습이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주최국의 온갖 텃세와 악조건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미소 짓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당사자인 주최국 언론마저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선수와 응원단의 훌륭한 매너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는 선진문명국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 올림픽 대표 선수단이 이국땅에서 금빛 땀방울을 흘리며 분전하고 있는 동안, 국내에선 분열과 갈등의 끝없는 소동에 짜증스러울 정도의 허탈감을 맛보고 있다. 함께 똘똘 뭉쳐서 치러야 마땅할 광복절과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두동강 내놓았는가 하면, 법과 질서는 안중에도 없고 구시대적 투쟁만이 살길인양 국민을 오도하려는 촛불집회와 이를 저지하려는 공권력의 무기력함 그리고 이로 인해 생업에 피해를 입고도 보복이 두려워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서민들, 북새통 교통대란과 불안감으로 일상을 빼앗긴 시민들이 늦여름 찜통더위 속에 분통을 추스르고 있다. 그나마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승전보가 없었더라면 어찌 했을까. 이러고도 우리가 선진문명국의 자부심을 큰 소리로 외쳐댈 수 있을까?
문제는 근본으로 돌아가서 갈등과 분열의 이념으로 찌들어 버린 문화코드를 자유와 책임과 질서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통합과 화해의 문화코드로 선진화하는 일이다. 민주화의 파란만장한 과정에서 잉태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신종 권위주의와 획일주의, 그 결과로 형성된 비민주적 문화 집단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이들은 각기 특성이 다르기는 하나 공통점은 강력한 통치력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수호하고, 문화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국가 발전을 도모하였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급선무는 백화점식 문화정책의 미사여구가 아니라 새로운 각오와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문화정책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를 문화정책의 비전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건국60주년 경축사에서 문화정책과 관련 ‘현대사 박물관’, ‘광화문 숭례문 구간 국가 얼굴 가꾸기’, ‘교육·문화분야 혁신’ 그리고 향후 5대 핵심 키워드의 하나로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 등을 언급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나 실천과제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새로운 출발의 실천정신으로 강조한 ‘기본, 안전, 신뢰, 법치’를 실제에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국민정신의 통합과 화해, 민주시민문화의 혁신을 위한 실천적 문화정책의 천명은 찾아 볼 수 없다. 문화정책의 핵심인 예술정책에 대한 열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당면한 현 시점에서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문화정책이 올바로 펼쳐져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도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가 경영에서 우선순위의 선택과 집중은 매우 중요하다. 새 시대를 열어 갈 시민정신과 가치를 결집하여 역사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주도할 범국가적 국민통합운동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되짚어 주기 바란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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