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독도 문제, 금강산 피격사건 등 크고 작은 대내외 문제들이 안정되자 드디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공과 토공을 통폐합하고 그동안 공적자금이 들어갔던 대우건설 등 회사들의 실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대표적인 공기업들의 민영화가 빠져 있어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민영화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듯 보이지만 그동안 기치로 내세우던 작은 정부를 실제로 실천해 가려는 것이 아닌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늬만의 민영화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왜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일까? 우선 민영화를 제대로 실천해 내려면 먼저 왜 민영화를 하려는 것인지 그 이유부터 분명히 해 민영화 본래의 취지를 흐리는 발상들을 차단해야 하는데 ‘국민주’와 같은 본래의 취지를 흐리는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는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공급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부패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업은 적자가 발생해도 세금으로 메울 수 있다. 그래서 비용을 절약하고 소비자들의 필요를 가장 저렴하게 잘 충족시키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기업의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자 노력하지만 공기업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임면에 영향을 미치는 관료와 정치인들 그리고 그 공기업 노조에 잘 보이려 노력한다. 가격 대비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유인은 그 기업의 성과가 자신의 이윤과 손실에 직결되는 주인(지배 주주)이 있을 때 왕성해진다.
공기업의 주식을 국민주 형식으로 분배해 무수한 주인들을 만들어서는 공기업 민영화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오히려 실질적 주인이 없게 된다. 공기업에 이윤의 극대화와 손실 최소화에 적극적 의지를 지닌 주인들이 등장해야 한다.
한 모임에서 최광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장)는 공기업이야말로 이미 완벽한 국민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었다. 어쩌면 국민주 아이디어가 공기업에 주인을 만들어 주는 과정에서 헐값매각 논란, 특혜시비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제안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무서워 할 것이 아니라 공기업 매각시 제 값을 받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했는지 벤치마킹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무늬만의 민영화를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민영화 추진 주체와 관련해서이다. 정부 관료들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이 많을수록 퇴직이나 이직 후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공기업의 민영화에 적대적이거나 최소한 적극적이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본은 우정국(우체국)을 민영화할 때 이를 평소 소신으로 가진 학자들을 중용하는 한편 관련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젊은 관료들을 선별해 민영화 이후 복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민영화에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민영화 추진은 생태적으로 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관료들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이 민영화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조건들에 대한 고민도 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무늬만의 민영화를 걱정하는 이런 목소리들이 기우에 불과했으면 좋겠다. 시장경제를 내세운 신정부의 성공은 우리 경제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우려들을 경청해 시장경제를 내세운 신정부는 역시 종전의 정부들과는 다르구나, 이제 제대로 된 민영화가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신뢰가 확보되고 이를 통해 민영화 추진에 강한 탄력이 붙었으면 한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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