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엄마의 가출¶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요즈음 나이든 여성들 사이에 드라마 ‘뿔난 엄마의 가출’이 화제다. 늘 가족들 보살피기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었던 드라마속 주인공이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해주지 못한 가족들에 대해 ‘1년간 가출(휴가)’이라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엄마는 그저 그렇게 항상 그 자리에서 희생적인 삶을 사는 존재라는 인식에 대해 가족들로부터 생일조차 기억되지 못한 엄마가 드디어 뿔이 났다는 것이다. 충분히 뿔이 날만한 사건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것은 뿔난 엄마의 가출에 대한 반응이 같은 여성인데도 전업주부와 취업여성 간에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전업주부들은 찬성인데 반해 취업여성들은 반대 의견이 더 많다고 한다. 가사노동이란 것이 해도해도 끝이 없고 성과도 드러나지 않으면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데 전업주부는 그 일차적 책임자로 항상 얽매여 있다가 1년간 장기휴가(?)를 얻었다. 그것도 시아버지가 허가한 휴가를 당당히 얻어 가사노동과 엄마의 역할에서 해방된 드라마 속 주인공을 통해 전업주부들은 대리만족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취업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결코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엄마의 역할은 취업과는 별개로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휴가를 받은 뿔난 엄마와 비교해 볼 때 무언가 불공정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이 가능하겠지만, 보통 엄마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것 같다. 게다가, ‘뿔난 엄마’의 행복을 위해 졸지에 대가족 살림을 다 떠맡게 된 며느리 역시 엄마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더 많이 뿔나기 전에 좋은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함을 이 드라마는 시사하고 있다. 가사노동을 평상시에도 가족원들이 나누어서 한다면 엄마가 뿔날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또 엄마는 항상 집을 지키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컴퓨터도 배우고 영화도 보며 자신의 세계를 가꾸어 가면서 가정도 이끌어 나가는 존재로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가정은 누구 한사람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의 노력과 역할분담으로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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