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걱정이다

하석용 인천시민회의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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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무지 간단없이 쏟아지는 집중호우에 손을 써볼 방도가 서질 않는 모습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장만한 수퍼컴퓨터도 별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고, 예전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기상정보의 양으로도 2~3일 후 하늘의 변덕을 따라잡기가 속수무책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측이 어려운 미래라는 시간은 위험하다. 예측할 수 없고 경험하지 않은 사건들은 통상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생각하면 산다는 것이 통째로 미래라는 미지의 영역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이지 싶기도 하다.

인간들은 미래예측에 있어서도 집단적으로 대응한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우니 여럿이서 공동대응을 해 보자는 것이다. 긴 시간과 넓은 장소에 걸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모아서 설거지를 하다보면 무언가 줄기가 잡히게 마련이고, 그 줄기만 잘 건지면 그걸 이용해서 미래라는 시간을 정복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바로 통계라고 부른다. 그 결과로 법칙을 도출하고 때로는 진리를 발견했다고 과장하기도 한다. 일기예보의 과정도 이와 같고 무릇 학문을 한다는 것이 대체로 이러한 작업의 연장이라고 해서 크게 잘못이 없을 것이다.

통계의 부실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다. 미래 예측함수의 구성이 망가질 테고, 결국 엉뚱한 예측의 결과가 우리의 미래를 위험 속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통계가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끝이 없다. 언제나 국민의 느낌과 따로 노는 물가통계나 실업률 통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환경평가의 통계항목은 OECD 평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나라 곳간의 통계가 마구 틀리는 판이다.

숫자가 좀 틀리는 건 그렇다 치고 요즘은 통계가 소설까지 쓰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연일 발표되는 각종 경제유발효과와 일자리 창출효과는 도대체 어떤 통계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경인운하를 만들면 거기서 연간 30만명이 요트를 타고 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아서다. 미래를 극복하는 수단은 정확한 통계이지 소설은 아니지 않은가 싶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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