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곁에 있는 두친구

유승호 금촌성심의원 원장한국의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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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늦은 밤에 내관을 시켜 신하에게 입궐하라 명했다. 전갈을 받은 신하가 곰곰히 연유를 생각해 보니 공(功)보다는 화(禍)가 따를 것 같아서 혼자 입궐하려는 생각을 바꾸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두 친구한테 동행하기를 요청했다.

매우 절친한 친구는 부탁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거절하며 혼자서 입궐하라 하였고, 보통의 친한 친구는 궁궐 대문 앞까지만 동행할테니 궁 안에는 혼자서 들어가라 하였다.

이 일화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함께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유한 얘기인데, 즉 왕은 염라대왕을 비유적으로 뜻하고, 내관과 궁은 각각 저승사자와 저승을 가리키며 매우 친한 친구는 돈과 재물을, 보통의 친한 친구는 가족과 형제 또는 친지를 비유한다.

삶에선 언제나 돈과 재물, 가족이나 형제, 친지들과 함께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혼자이다. 특히 살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곁에 없으면 절실히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돈과 재물인데 죽을 때 관속에 돈을 가득 채워넣을 수는 없듯이 결국 빈손으로 가는 것 또한 인생이다.

가족이나 형제 또는 친지는 일상생활에서 함께 호흡하며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관계인데 죽을 때 화장터나 매장지까지는 올 수 있지만 그후엔 잊어버리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젖어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는 더욱 커지는데, 오직 재물과 물질만으로는 삶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의 속성이기에 외형적 풍요로움 보단 정신세계에서 내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게 진정한 행복일게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적인 인격을 고루 갖춘 사람을 가리켜 ‘성숙(成熟)한 사람’이라 말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너 자신은 울었지만 주위사람들은 너의 탄생을 기뻐했단다. 내가 세상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때 주위 사람들은 울었지만 너 자신은 기뻐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모 신학자이자 철학자의 한 마디가 새롭다. 살아가면서 돈과 재물에 쪼들리면 삶이 척박하겠지만 너무 많아도 자칫 인생이 고달프다. 따라서 과욕(過慾)에서 벗어나 적당히 자족할 수 있는 ‘중용(重用)’의 현명함이 필요하며, 다시한번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내면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자.

유승호 금촌성심의원 원장한국의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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