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와 패스 잇 온

남경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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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 앤 테이크 ’ 주고 받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말은 어찌 보면 거래의 한 종류라고 할 수도 있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주어야 그 사람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사회생활의 한 가지 단면일 수 있다. 혹자는 일단 주고 나중에 받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손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자신의 손실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에 의하여 남에게 주는 것은 나중에 하고 우선 내 것을 확보하기 위한 ‘테이크 앤 기브’를 선호하기도 한다. 또한 각박한 개인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노기브 노테이크’에 익숙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다시 받는 것도 귀찮고 하니 혼자서 모든 것을 꾸려 나가려 하는 지극히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품앗이나 계라는 풍습이 있다. 십시일반의 개념으로 우선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주고 후에 자신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앗이의 예로서는 경조사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저 집에 얼마 정도의 부조를 하였으니 후에 그에 상응하는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거나 지난번 우리 집 행사에 저 집으로부터 얼마 정도의 부조를 받았으니 이번에 그에 상응하는 것을 보답한다고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그러한 기대감에 따른 ‘기브 앤 테이크’의 행위는 아직도 어색하게 다가오고 있다.

주위에 무엇인가를 주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없애기 위해 오늘 아침에 필자는 조금 다른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또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처럼 ‘기브 앤 테이크’와 같은 양방향이 아닌 ‘패스 잇 온’과 같은 일방통행식의 실천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에 그분들이 우리에게 다시 그에 대한 대가를 돌려받기를 원하는 기대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는 선생님이나 선배들로부터 어떠한 가르침을 받을 때에도 그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돌려 받을 기대를 가지고 그분들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어느 정도의 양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필요한 양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주위의 다른 분들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뻔뻔스럽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부끄러운 마음보다는 감사의 생각이 앞서야 할 것이고 내가 받은 도움에 대해 그 사람에게 다시 보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그 보다는 나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어 주는 ‘패스 잇 온’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하겠다. 어렸을 때 배운 국민 교육 헌장 중에 나오는 이러한 글이 생각난다.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나에게 무엇인가 되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기브 앤 테이크’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패스 잇 온’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 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아침에 해보게 된다.

남경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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