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의 침체 전망에 따라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던 고유가가 다시 하락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승용차 격일제를 시행하고 아울러 석유를 이용하여 생산되는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의 연차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석유가격이 일정 이상 오르면 이런 차량사용 통제를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차량사용 통제가 더 직접적이어서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인 정책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홀짝제 차량운행이 시행되던 날, 뉴스에서는 이를 위반한 차량이나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차량이 정부청사 부근에 주차해 있는 것을 촬영, 이들의 규칙 준수의식 부족을 질타했다.
그러나 엄연히 공무원들의 개인차량은 그들의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그들의 재산이므로 오히려 규칙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야 한다. 그들인들 기름 값이 아깝지 않을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도 차량사용 통제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드시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차량을 한 대 더 구입해 홀수차와 짝수차를 모두 가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더 들어가는 시간, 혹은 여러 번 갈아타야 해서 돈이 더 들어가는 문제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사람들은 이런 복잡한 사정을 다 감안해서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규제를 가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이에 비해 가격이 상황을 잘 반영하도록 하는 정책은 스스로 거기에 각자가 적응하도록 해준다. 높아진 기름 값이 아깝지만 자기가 알아서 자신의 상황을 모두 감안한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우둔하지 않다. 그래서 고유가로 인해 전기, 가스 등의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있었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적자가 난 부분을 세금으로 메운다고 하더라도 이 세금은 결국 우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에너지 낭비적인 정책이다. 실은 우리 호주머니에서 실제 가격만큼 지출되는데도 그보다는 훨씬 싼 것처럼 느껴져 에너지를 절약할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언제가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본 ‘급커브, 감속주의’라는 표지판이 감속을 주의하라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것처럼 빨간 불인데도 마치 파란 불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식경제부에서 공공요금을 연차적으로 인상해 나가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혹시 기름 값이 더 높아지더라도 차량사용 통제와 같은 조치들을 민간으로까지 확대하는 그런 정책은 펴지 말았으면 좋겠다. 관용차를 제외한 공무원 개인 차량의 사용통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고유가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적응한다. 다만 당장 바꿀 수 없을 때 시간을 두고 행동을 바꿀 뿐이다. 그런 시간을 너무 억지로 줄이려고 하면 고통은 더 커진다. 신호를 분명하게 해주고 이에 각자가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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