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어둠이 아직도 머뭇거리는 사이 창문이 조금씩 환해지고 있다. 7월이 깊어가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뜻깊게 시작하자고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새벽 산책은 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하여 아침 걷기 운동을 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 가족의 귀중함, 삶의 의미 등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곤 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참된 삶인가.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되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폴 발레리의 독백이 뇌리를 스쳐간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라. 그렇치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대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수원 화성 성곽에서 가까운 곳이라 성곽길을 따라 새벽마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성곽길 끝부분 동남각루 주위에는 무궁화 나무들이 군을 이루고 있다. 어제까지도 눈에 띄지 않던 것이 오늘 새벽 무궁화 꽃이 하나둘씩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있지 않은가.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그 눈부신 아침햇살 속에 우리의 꽃 무궁화가 흰색, 보라색, 연분홍색 등 갖가지 옷을 입고 희망을 꽃피우고 있다.
무궁화 꽃은 장미가 지는 6월말쯤 펴서 11월초까지 약 100일간 끊임없이 꽃을 피운다. 한 그루에 2천~3천 송이의 꽃을 늘 새롭게 피우며 어디서나 잘 사는 생명력이 강한 꽃이다. 우리 겨레의 인내와 끈기, 매일매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기상과 진취성, 일편단심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는 절개 등을 상징한다. 또한 무궁화꽃 속에는 나의 어린 유년시절이 숨어있고, 우리 조국의 힘찬 미래가 숨쉬고 있다.
어린시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술래놀이를 하며 그 가난속에서도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동심의 세계에서 자랐던가! 동네 골목길에서 땅거미가 질 때까지 장난꾸러기 또래들과 함께 놀던 그 시절 그것은 아름다움이었고 행복이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엄습해 오고 있는 사회적 갈등, 유가폭등, 식품가격 상승 및 건설업체 도산 등 경제위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이 꽃은 저마다 열매가 된다는 싯귀처럼 이제 활짝 핀 무궁화 꽃과 같이 우리 민족과 국가에 희망의 열매가 맺힐 것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7월, 삼천리 금수강산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방광업 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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