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들이 새로운 삶의 토대를 마련하고 안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반성과 통회(痛悔)로 죄의 냄새를 지우고, 설레는 가슴으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능·기술을 연마하고 나서지만 세상과의 범접은 녹록지 않고 바람은 다만 또 다른 마음의 짐으로 무게를 더할 뿐이다.
형사정책학자들은 출소자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 첫째로 출소 후 현실사회와의 괴리를 짚고 있다. 출소자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사회와 격리돼 있기 때문에 현실의 사정과 부합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생활계획을 구상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구금 중 급변한 사회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적응력을 갖지 못하기 마련이고 장기간 수용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실시한 ‘출소자 차별에 관한 연구’에서도 출소자들은 취업이 사회생활 적응에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꼽긴 했지만(70.6%) 바뀐 생활 환경에 대한 적응(47.6%) 또한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구미 행형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설생활에서 사회생활로의 원활한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중간시설로서 이른바 중간처우의 집 (Halfway House)을 만들어 대응해 왔다.
중간처우라는 이름은 교정시설과 사회의 사이, 즉 ‘구금’과 ‘자유’의 중간단계라는 장소적 개념에서 유래한다. 이 제도는 1788년 초에 영국에서 절도나 구걸을 하던 소년범들을 교도소가 아닌 여러 작은 오두막에 수용하면서 구금에 대한 대안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효시이나 오늘날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우와 같이 출소직전이나 직후 단계에서 행해지는 반 구금상태의 중간처우의 집이다.
미국에서는 1845년에 퀘이커교도가 뉴욕에 중간처우의 집을 처음 세운데 이어 1864년에는 보스톤에 여성출소자를 위한 감시보호수용소가 문을 열었고, 사회 재통합이론이 유행이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지역사회 교정 분야에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어 800여개의 중간처우의 집이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주거형 복귀시설이나 지역사회주거처우센터로 발전하는 등 그 기능과 대상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중간처우의 집은 수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자원을 알게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지역사회의 치유와 재통합을 이끈다. 또한 이들에게 음식과 주거를 제공하고 직업을 알선하거나 취업을 지도하여 재활을 돕고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간처우의 집은 약 25명 정도를 수용하는 소규모시설이 가장 일반적이며, 지역사회의 소규모 시설을 임차하거나 기부를 받아 사용하고, 가족 또는 종교인 등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재정문제 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여러 장점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이 제도가 재범방지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내 55개 중간처우의 집에 대한 종합 평가보고서인 1977년의 NEP(National Evaluation Program)에 따르면 중간처우의 집 출소자의 재범율이 일반 가석방자의 재범률보다 낮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지난해 말에 교정국을 교정본부로 승격시키고 행형법을 전면 개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천주교와 함께 ‘기쁨과 희망은행’을 설립하는 등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수형자의 사회복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전개·정착시켜 나가는 만큼 중간처우의 집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시도해 보아야 할 중요한 과제라 생각된다.
이태희 법무부 교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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